뭐 궁금해 하는 사람도 없을 테이고, 알려고 하는 사람들도 없겠지만, 그간의 SnoopSpy의 히스토리를 좀 얘기해 보고자 한다.

2000년대 초반 이야기(프로그램을 2003년에 제작하여 2~3년 정도 운영)이다. SnoopSpy는 처음부터 이름이 SnoopSpy가 아니었다. 원래 이름은 SnoopAnalyzer(당시에는 델파이로 제작했었음. 파스칼 짱짱장!!!). 그런데 이게 발음하기기 어렵다. "스눕애널라이저"? "스눕아날라이자"? 전화를 해서는 "스눕 거시기 그거 있잖아요?" 라는 얘기도 많이 들어 보고... 그래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Analyzer라는 단어를 줄여서 Anal. 붙이면 SnoopAnal. 응? X구멍을 엿본다고라? 아~ 이건 좀 아니네. 결국 몇번의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SnoopSpy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다행스럽게 snoopspy.com 도메인도 구하고).

초기 SnoopAnalyzer는 freeware와 shareware로 나누어서 배포를 했었다(지금은 open source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freeware, shareware, commercial version 등으로 구분되어 졌음). shareware에는 freeware에다가 약간의 기능을 더 추가하고 time limit을 두어 계속 쓰려면 돈을 내라는 식이었다. 뭐 그래 봤자 10만원 정도이지만.

재미있는 얘기를 좀 해 보겠다. 당시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 웹사이트도 같이 운영을 했었는데, 게시판에서 질문은 영문 뿐만 아니라 한글로도 많이 이루어 졌었다. 개발자가 한국 사람이니 한글로 질문이 들어 오는 건 당연지사.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그런데, 내 프로그램(shareware)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은 한국에서는 한 명도 없었다, 단 "한 명"도! 구매를 하는 사용자는 대부분이 외국인(미국인이 절반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함). 국내 사이트들에서는 그냥 SnoopAnalyzer crack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글들만 보이더라.

또한 annual license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구매자들은 1년이 지나고 나서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license를 다시 문의해 왔다, 추가 구매를 해야 하냐고. 또 한군데 회사(유럽 쪽이었나 그랬다)는 자기네 부서 내부에서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courseware로 사용해도 되냐라고 문의를 해 온 적도 있었다. 그 때 courseware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 봤었고,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는데(외부에 알려 질 리가 만무한데도 불구하고) 제작자한테 허락을 얻으려는 마인드에 고마운 생각까지 들었었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벌어 들인 돈은 그리 많지 않았음. 보기 좋게 망한 거지 ㅎㅎ) 당시의 SnoopAnalyzer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점을 몇가지 얘기해 보자면

1. A bird in the hand is worth two in the bush. freeware 혹은 open source로 진행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만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건 이상일 뿐이다.

2. 라이센스 개념은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데, 어디이든지 잘 모르는(제대로 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뭐,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라서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는 싶지만, 얼마전 open source로 불거진 사건을 보면서 아직까지는 글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밤에 그냥 잡생각이 나서 끄적여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