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시대에 있었던 일제 전차로 인해서 인명이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간간히 있어 왔었습니다. 고등학교때 국사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었는데, 이때문에(전차가 사람을 치여 죽여서) 사람들이 모여서 전차를 넘어 뜨리고 부시고 했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전차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당시 사람들은 "전차=살인도구"로 인식을 했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에 와서 자동차 사고로 인해서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갈 수 있다고 해서 자동차를 살인 도구라고 얘기를 하면, 일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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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인기를 끌었었던 조용필 가수가 TV 생방송에서 주말 황금시간대에 특집으로 2시간동안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도중에 가사를 잊어 버려서 무대에서 주춤했었던 것이 기억이 나는데, 오히려 청중들이 목소리 높여 가며 노래를 대신 불러 줬었던 적이 있더랬습니다. 어릴 적 일이지만 그때의 분위기는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이 사실을 가지고 "조용필은 자신 노래의 가사도 까먹는 형편없는 가수"라고 기사를 내어도 틀린 말은 아니겠죠? 최소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니까요. 다른 얘기인데 "국내에서 강간 범죄를 행하는 자들의 90% 이상이 주식을 쌀밥으로 하고 있다"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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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며칠간의 언론 보도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노트북 도청에 대한 일반인들이 도청 프로그램으로 오인하는 것은 예전에 원격 제어를 감시 프로그램으로 오인을 하던 데자뷰 현상을 그대로 보는 것 같습니다. 다음 기사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불륜의심 아내 컴퓨터 외부서 1100회 감시…일반인 해킹도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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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씨(36)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지난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미리 설치한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이용, 1천100여 차례에 걸쳐 아내의 컴퓨터 사용내역 등을 감시하다 구속 기소됐다. 


한모씨(40)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상대방 패를 훔쳐보는 수법으로 인터넷 도박사이트에서 1천200여회의 포커게임을 하며 4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다 구속 기소됐다. 



원격 제어 프로그램이 이러한 방식으로도 사용되어 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원격 제어 프로그램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기사를 접하게 되므로써, "원격제어=감시프로그램"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오류 또한 존재하고 있습니다. 원격제어 프로그램이 상대방 패를 보는 불법 프로그램(일명 포커뷰)으로 간주가 되어서, 국내 원격 제어 솔루션 업체들을 당혹케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관련 업체 분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언론 보도에 대해 적지 않은 섭섭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메신저 해킹 "회사 동료끼리 은밀히 한 얘기 사장이 알고있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12월쯤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직원들을 해고할 목적으로 한 포털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RADMIN’이라는 해킹프로그램을 이들 PC에 설치한 뒤 메신저 대화내용을 회사 임원들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원격 제어를 감시용으로 오인하는 보도가 상당히 많이 존재했었습니다. 오래전 기사이지만, 이와 관련되어 "한 조선일보 기자의 오보에 대하여" 라는 온라인 블로그 글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고백 형식으로 동료의 잘못을 인정을 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하는 반성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요? 안타깝지만 제대로 된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무지한 상태에서 작성된 IT 관련 기사들이 널리고 널린게 현실입니다. 보도 이후에는 "아님 말구"식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너무도 많이 봐 왔죠. 기자에게 프로그래밍 언어와 같은 전문 분야를 습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사를 작성하기 이전에 그 보도와 관련된 분야의 최소한의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르면 배우라는 거죠.




원격 제어 프로그램이 잘못 사용되어 졌을 때에는 그런 나쁜 쪽으로도 충분히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은 맞기는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해킹의 범주로만 해석을 해서 기사가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접해 봤었던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기사를 접하게 되면 당연히 "어이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원격 제어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그 폐해(악용의 소지가 있다)를 모르는 것이 아니구요, 폐해만을 강조하는 언론의 보도에 어의가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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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기종, 멀티 플랫폼간의 원격 제어 솔루션의 보급은 시간문제입니다.




노트북 도청 얘기를 다시 해 보겠습니다. 음성 녹음 기능이 도청으로도 악용될 수 있다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충분히 그렇게 악용될 수 있다는 소지를 갖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원격 제어와 마찬가지입니다. 음성 녹음이 도청용으로 쓰인다는 것은 원격 제어가 감시용으로 쓰인다라는 것과 똑같은 얘기라는 것입니다. 음성 통신 분야의 긍정적인 부분을 지금까지 고민해 보지 못한 VoIP 초보들이 모여서 '파일 유출을 감시하는 보안 제품을 이슈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 뭘까?' 라는 고민의 결과로 "노트북 도청"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단순한 "녹음&전송"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것과, 그 결과 앞으로 VoIP나 음성 처리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하면 할 수록 불법 기술을 운운하는 범죄자로 몰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는 것, 바로 이것 때문에 VoIP 엔지니어와 해킹/보안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격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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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P에 대해 연구를 더 하고 외산 제품보다 더 뛰어난 모듈을 만들기 위해서 개발자, 업체의 입장에서 부단히 기술 개발에 노력을 증진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노트북 도청 보도는 그러한 시도와 노력들을 한방에 완전히 무너뜨려 버리는 결과만을 초래하였습니다. "음성처리 기술개발 = 도청기술개발"이라는 인식을 일반인들에게 심어 준 거죠. 그것도 음성 처리 부분의 전문적 식견이 없는 허접한 보안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자와, 좋은 소재를 낚았다고 여기는 IT에 무지한 기자들의 언론에 의해서 단 며칠만에 말이죠. 결과적으로 이번 보도로 인해서 VoIP 산업적으로나 보안 방면으로 부정적인 부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여파를 짐작이나 하고 이런 언론 플레이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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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보안 전문가라는 사람도, 언론도, 아무도 거짓을 얘기하는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화의 오류가 도를 너무 치나 쳤다는 것입니다. 그래 놓고도 아직까지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당위성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자신들의 업적(?)을 무슨 콜럼버스의 달걀이라도 되는 마냥, 해보지 않고도 할 수 있다라고 논하지 말라고도 하는데 참 어이가 없네요. 뭐가 콜럼버스의 달걀입니까? 음성 녹음 프로그램 제작이? FTP 전송 모듈 사용이? 음성 녹음을 도청으로 매도한 언론 플레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년만 Audiology와 VoIP에 대해서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관련 업체 동향을 파악해 보고, 직접 VoIP 필드에 몸담고 있는 업체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시고, 그러면서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들이 얼마나 부질 없고 부끄러운 일이었는지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단순 코드 몇줄 만들어 놓고 콜럼버스 달걀을 운운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이번 노트북 언론 보도와 관련된 특정인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이 내포되어 있음을 스스로 밝히는 바입니다. 허나, 이는 VoIP 엔지니어 및 해킹과 보안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받은 수모와, 언론 보도의 여파가 미치는 산업적 폐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음성 녹음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녹음 파일의 생성과 유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하면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와이프를 감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고

자동차가 살인 도구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고

조용필이 형편없는 가수인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강간범으로 몰릴 수도 있으니 앞으로는 쌀밥도 먹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