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라는 과목이 있다. 산에 오르는 법을 가르친다.

슬리퍼, 하이힐 같은 건 적합하지 않고 운동화가 좋다라는 초보 레벨의 내용을 알려 준다. 조금 더 높은 산에 가려면 야영도 해야 해서 그에 필요한 기술도 가르친다. 고급 과정에 가면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는 기술도 알려 준다.

자, 이제 시험을 본다. "산에 오르는 기술을 나열하시오". 학생들은 그간 배운 것들을 암기해서 제출한다. 그걸로 학점이 매겨 지고 그 학생이 얼마나 산에 잘 오르는지가 판가름이된다.

그런데 그거 아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에베레스트에 올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 심지어 동네 뒷동산에도 올라 보지 못한 사람의 성적이 더 좋다는 거?

등산을 배웠으면 일단은 산에 올라 봐야 한다.  땀도 흘려 보고, 숨이 턱 밑까지 오도록 헉헉거려 보고, 다리에 쥐도 나 보는 게 바로 산을 오르는 거다. 그게 맞는 거다. 어이가 없는 것이 높은 산에 한번도 올라 보지 않은 사람이 등산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그 가르침을 그대로 암기만 하여 서술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게 지금의 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C언어 배우고 네떡 배우고 리눅스 배운 친구들한테 뭐 좀 해 보라고 하면 아무 것도 못 하고 손도 대지 못한다. 이게 현실이다.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고민이 많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