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줄서기 이벤트는 완전 실망였습니다.


나라마다 아이폰의 출시될 때 줄서기 이벤트를 합니다. 줄서기 이벤트를 언론에서 취재를 해 가서 보도를 하고, 일반인들로 하여금 '왜 저렇게 줄을 섰지? 아이폰이라는 기기를 받기 위해서? 우와, 아이폰이 도대체 뭐지?' 라는 관심을 일으켜 보는 거죠. 기존에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이벤트가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11월 28일) 이벤트는 가히 "완전 실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전 실패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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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실패? 이정도면 성공 아닌가?


비싼 돈을 가지고 개인인증을 했던 일부 사용자들을 빼고,  아이폰이 국내 사용자들에게 보급되는 순서는


1. 줄서기 이벤트에 참여한 사용자


2. 예약 판매에 가입한 사용자


3. 대리점에서 구입하는 사용자


이 순서대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줄서기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잠실까지 온 사람들한테 우선적으로 아이폰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다음은 예약 판매에 가입한 사용자, 제일 나중에 대리점에서 구매하는 사용자 이 순서대로 하는 것이 그동안 아이폰을 기다려 온 사용자들에 대해 정서상의 위로를 줄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KT가 여기에서도 욕을 먹고 저기에서도 욕을 먹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줄서기 이벤트는 KT 입장에서 큰 돈 들이지 않고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KT가 정말 병신인 것이 줄서기 이벤트를 28일날 하면서 예약 판매 발송도 같은 날인 28일날이라고 공표를 해 버린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이폰을 받기 위해 서울 잠실까지 발품을 파는 것과 집에서 편히 앉아서 택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사용자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라도 아이폰을 받고 싶어 합니다. 전날 밤을 세는 노고를 하지 못한다면, 줄서기 이벤트가 가야 할 메리트가 없어 진거죠. 당연히 28일날 잠심을 향해 갈 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을 집에서 '택배 수령 언제 되나, 내 아이폰 어디까지 왔나' 집에서 인터넷 클릭질만 하도록 만들어 버렸습니다.


예약 판매는 줄서기 이벤트보다 최소 며칠간의 갭(gap)을 두고 시작할 것이라고 공지를 했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이벤트에 참여하는 메리트가 생기는 거죠. 그리고 선착순제, 경품제를 같이 도입했어야 합니다. 당첨제로 해서 맥시멈 1000명만 오도록 KT가 스스로 못을 박아 버렸습니다.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죠.


예약 판매 6만명중 십분의 일이라 해도 6천명입니다. 가히 성대하게 줄서기 이벤트를 치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첨제만을 채택하였고 줄서기 이벤트와 예약판매를 같은날이라고 공지를 했었고, 그래서 초라한 인원만을 가지고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수많은 아이폰 매니아들, 잠실에 오고 싶어 하는 고객들한테 '이벤트에 오지 말고 그냥 집에 앉아 있어라' KT 스스로가 고객들의 발을 묶어 놓은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28일날, 메이저 뉴스의 Top 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헤드라인에 들어갈 정도의 이슈는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제 뉴스를 보니까 간략히 단발성 기사로만 나갔더군요. KT 입장에서는 굴러 들어 오는 복을 스스로 내차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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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2508700_5780.html


문제는 여기에서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예약 판매를 한 사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 사진을 보세요. 예약 판매 발송을 위해 아이폰 포장 작업을 하고 있는 알바생들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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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cafe.naver.com/appleiphone/82296


예약판매 6만명 가입은 아마 처음에 예상하지 못했었던 결과라고 봅니다. 기존 어느 휴대폰이나 제품도 예약을 6만명이나 하는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KT나 애플 매니아나 이러한 수치를 예상하지는 못했었겠죠. 생각해 보세요, 이 인원 가지고 6만명에게 28일 하루 아침에 일괄 배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KT는 작업 인원(알바생)을 늘이거나 해서 28일로 약속했었던 아이폰 배송을 지켰어야 했습니다. 결국 28일 배송은 지켜 주지 못했죠. 한국에서 6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주말에 밖에 나가게 하지도 못하고 "내 아이폰 어디까지 왔나?" 인터넷 클릭질하면서 방안에서 배송 결과를 하염 없이 지켜 봐야 하는 불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가관인 것은 위 사진은 KT가 고객들의 양해를 구하기위해 공개한 것이 아니고 예약 판매에 기다리다 지친 어느 한 가입자가 답답하고 열불나서 직접 찾아가서 찍은 사진이라는 것입니다. 28일 당일 일괄 배송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는데도 불구하고 줄서기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집안에 가두는 결과만을 초래하였죠. 한마디로 "KT가 스스로 병신짓"을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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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커뮤니티에 올라온 캡쳐 사진입니다. 글 제목이 "지금 까페 제정신이 아님". ㅎㅎ

내년폰, 다음달폰, 다음주폰이라는 오명을 쓴 아이폰에 "배송폰"이라는 별명까지 추가되었습니다. ^^


KT는 이동통신회사아지, 이벤트 전문회사는 아니라는 핑계를 한다 하더라도 대기업 치고 이번 이벤트 처리는 너무나 미숙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지금 예약 판매 가입자들의 원성은 언젠가(며칠뒤) 손에 직접 아이폰을 쥐게 되면 쉽게 가라 앉을 거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일회성의 아쉬움만을 남기는 결과만을 초래하겠죠.


제가 느끼는 점은 KT는 이러한 아이폰 매니아들을 제품을 전도해 주는 전도사, 혹은 마케팅 측면의 좋은 파트너의 관계를 가져 간다기 보다는, 그냥 돈내고 제품/서비스나 이용하는 "봉"으로만 보고 있구나는 뉘앙스를 지을 수 없다는 겁니다. SKT가 욕먹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이폰의 KT 국내 독점 공급을 깨 줬으면 하는 바램까지 듭니다. 일처리 미숙으로 그냥 넘기다는 건 한국 사람들이 너무 착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KT 제발이지 정신차리고 앞으로는 똑바로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벤트"말고 "인터넷 서비스"를요,

"국민 호주머니 터는 서비스"가 아닌 "제대로 된 서비스"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