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 초반에 제품 홍보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서 디자인 150만원, 호스팅&게시판 150만원해서 총 300만원을 들였서 홈페이지를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허나 지금은? 오픈 소스 게시판 가져다가 돈 한푼 안들이고 만들어 버립니다. 웹 몰라도 XE 가져다 조금만 손을 보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컴퓨터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OS 설치에서부터 웹서버 세팅까지 하루 알바 10~15만원 정도만 주면 가능합니다.

사이트 제작 의뢰를 주는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죠. 웹사이트 구축 포트폴리오 제공하는 사이트 몇군데만 돌아 다니다 보면 대충 단가가 나옵니다. 큰돈 들여서 웹사이트 구축하는 경우는 요즘엔 메이저급 사이트 아니면 보기가 힘듭니다. 요즘에는 삐까번쩍 & 멀티 플랫폼 & 커스터마이징 홈페이지 구축도 그리 큰 돈이 들어 가지 않습니다. 그게 현 시세입니다.

이렇게 세상이 바뀌었는데 경영자의 입장에서 예전만큼의 돈을 들여 가면서 홈페이지를 구축할까요? 절대 안하죠. 사업하는 사람들이 남들한테 선행을 베푸는 성인 군자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고, ... 

이런 말 하기는 좀 뭐하지만 웹 관련된 일의 대부분은 기술보다는 코드와의 C&P 시간 싸움이고,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단가가 점점 내려 가는 거죠. "너 말고도 할 줄 아는 사람 줄을 섰다"가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개발자 혹은 개발 회사가 자신들이 일한 것에 대한 보수를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요? IT 노동자들이 단합을 해서 서울 시청 앞에 모여 데모를 한다고 해서 개발 단가가 올라 가나요? 아닙니다.

개발자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그 가격(월급 & 연봉)이 결정됩니다. 공급이 많으면 많을 수록 단가는 내려 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정부가 무슨 정책을 쓰더라도 IT 시장에서 형성이 되는 개발 단가를 임의로 올리거나 내릴 수는 없습니다. 웹디자이너와 100만원 계약하고 디자인 시안을 받았는데, 정부가 중간에 개입해서 웹디자이너에게 돈을 200만원으로 올려 주라라고 강제할 수 있나요? 못합니다. 이 현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배가 와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 IT 정책은 붕어빵 찍어 내면서, 외형적으로 보이는 수치적인 취업 인원수를 높이는 정책밖에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산업을 죽이는 꼴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전례로 봤을 때 정부에게 IT 산업의 부흥을 바라기는 어렵습니다. 야근이 당연시 되는 문화, 갑을병정 하청에 하청, 불공평한 계약 구조, 이런 불합리한 것들에 대한 개선을 정부에 바라는 것도 무리한 기대입니다.

그럼 개발자로서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아주 쉽습니다. 열악한 환경이라 하더라도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특별한 그 무언가를 가지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1~2년 짧은 기간 안에 사회가 인정해 줄 수 있는 그러한 레벨에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끊임 없는 스스로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개발자들은 자신의 실력을 늘이는데 신경을 쓴다기 보다는, 신세 한탄 소리만 들리는 것 같고 포기를 너무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제 선배님들이 저보다 더 어려운 시절을 겪어 왔기 때문에 지금의 IT가 있다는 것이고,  지금의 IT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 신세 한탄만 하지 맙시다. 주위 환경이 어려움만 토로하지 말고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노력을 합시다.

ps : 현실이 힘들다고 보채는 후배랑 얘기하고 나서 생각나는 바를 적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