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전 사태를 바라 보면서 뭔가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군요. 인터넷에 있는 뉴스만을 가지고 기술적, 상식적인 얘기를 한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정치적인 얘기는 절대 배제). 




[인터넷 및 언론의 원인 발표]


2011년 9월 15일 정전 사태에 대해서 언론에서는 한마디로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온이 높아 졌기 때문이라는 거죠. 더우면 에어콘을 커야 하고, 당연히 전력 수요가 많아 진다는 얘기.


최중경"전력수급 예측못해..정전사태 송구"(종합)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가 돼 있었으면 마땅히 충분한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설마 하다가 일을 냈습니다. 


최악의 정전사고, 책임·보상은 누가?

지경부, 한전 등에 따르면 15일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고 원인은 무더위로 인해 일시에 급증한 전력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전력난으로 분석된다.




[기상청 온도]


14일보다 15일어 얼마나 더 더워 졌길래 하고 기상청에 들어가 봤습니다. 9월 14일이랑 9월 15일이랑 비교를 해 보려구요.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듭니다.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평균 기온은 1.3도,  최고 기온은 3.2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4일은 괜찮았는데 15일에 사고가 났다? 불과 1~3도 차이 난다고 해서?


2011년 9월 14일 및 9월 15일 기온.png




[공급 능력 수치의 이상한 발표]


이상한 것이 공급 능력 수치를 얘기하는 것이 언론마다 조금씩 다 다릅니다(빨간색은 공급 능력, 파란 색은 최대 수요).


정전 피해, 사상 초유 전국 정전사태, 정전 원인 대체 왜? 수요예측 못해 대혼란

이날 정전은 발전소 정비 등으로 전력 공급 능력이 떨어진 가운데 늦더위로 인해 전력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일어났다.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이날 전력 공급능력이 6,720만KW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폭염으로 오후 3시께 전력수요가 6,700만KW를 넘어서 과부하가 일어나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대응도 '허둥지둥'…발전소 가동 무더기 중단

전국 단위 정전 사태를 부른 오늘(15일) 오후 순간 전력 수요는 6726만kW. 올 여름 사상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했던 지난달 31일 7219만kW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대규모 정전사태 일으켜

그러나 늦더위로 이날 전력수요는 6726만㎾에 달해 정부 예상치를 320만kW 가량 웃돌았다.


예비전력 마지노선 넘어…전국 곳곳 '정전'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5일 14∼15시경 전력공급능력은 7071만4000kW. 당시 전력수요가 6750만kW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예비전력도 300만kW선이 무너진 것.


공급 능력 낮춘 상태서 수요급증으로 대규모 정전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발전소 정비 등으로 전력 공급능력이 7천만 킬로와트로 떨어진 가운데, 오후 3시쯤 전력수요가 6천 7백만 킬로와트를 넘어서 과부하가 일어나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늦더위에 전력 수요 폭증으로 단전…오후 7시 56분 정상화

이날 예비전력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예상 수요가 6400만kW였다면 공급 가능 전력이 최대 6800만kW가 돼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예비 전력 400만kW를 공급해야 하는 발전기 상당수가 발전을 시작하는데 12~24시간이 걸려, 오늘처럼 이례적으로 수요가 많이 늘어난 날에는 소용이 없다"면서 "양수발전기를 동원해 최대 6650만~6700만kW를 공급했지만, 상류 저수지 물을 거의 사용해 오후 3시 이후 더 이상 가동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수발전소의 최대 전력 공급량은 400여만kW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수발전소는 잉여 전력을 이용해 펌프로 고지대 저수지에 물을 저장한 다음, 필요한 시기에 발전하는 발전소이다


가을에 웬 전력수급 비상?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16일부터는 현재 계획예방정비 중인 발전기가 순차적으로 가동되고, 상황에 따라 수요자원시장이 개설되며, 양수발전이 가동될 예정이므로 오늘과 같은 수급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언론 여기 저기에서 9월 15일 당시 공급 능력이 6700만KW냐, 아니면 7100만KW이냐에 대해 다른 얘기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정확히 400만KW의 차이가 나고 있고, 앞뒤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공급능력 수치의 언론 소스(제보원)는 분명 한전일 것입니다. 언론에서 수치를 바꿔치기하지는 않았을 테고...


1. 발전소 정비를 해서 공급 능력이 6700만KW로 떨어 졌다는 얘기.

2. 양수 발전기를 동원해서 6700만KW로 공급 능력을 올렸다는 얘기.

3. 발전소 정비를 해서 7100만KW로 공급 능력이 떨어 졌다는 얘기.


또한 위에서 녹색 글을 보면 양수 발전을 하고 있다가 상류 저수지 물이 없어서 400만KW가 떨어 졌다고 했다가, 16일부터는 양수 발전을 가동하겠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니, 저수지에 물이 다 떨어 졌는데 어떻게 하루만에 양수 발전을 할 수 있습니까?


kpx.or.kr 사이트에 가 보면 일일별 공급 능력을 보여 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요 며칠동안(9월 14일까지) 계속해서 7100만KW를 유지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9월 15일 자료는 아직 올라 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전력수급실적.png


또한 kpx.or.kr 사이트에 가 보면 연간 발전 설비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수치가 내려 간 적이 없고, 계속 해서 올라 간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공급 능력이 7100만KW에서 6700만KW로 내려 오게 되었다는 것(고장 or 정비)은 상식적으로 있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제 예상에 실제적으로 15일 공급 능력은 6700만KW로 떨어 진게 아니라 7100만KW 그대로였었던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http://epsis.kpx.or.kr/


epsis.kpx.or.kr.png




[400만KW]


예비 전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비 전력 = 공급 능력 - 실제 수요" 의 관계에서 예비 전력은 항상 400만KW 이상이 되어야 안전다하는 것입니다. 아래는 15일 정전 사태 이전에 났던 기사들입니다(오래된 순서대로). 예비 전력을 400KW보다 높게 해야 한다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 관련 기관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해설) 전력수급 '빨간불' 대책은? (2010-06-09)

예비력 400만kW 이하, 석탄발전기 상향 운전


최대전력수요 또 경신...400만kW 마지노선 무너지나 (2011-01-11)

이때 예비전력은 407만kW(예비율 5.7%)로 급락, 비상수준(예비력 400만kW 미만)에 근접했다


"예비전력 400만kW미만 가능성 배제 못해" -지경부 (2011-01-12)

예비전력이 400만kW미만시 단계별 조치 시행


최중경 "전력대란 온다", 대국민 전기절약 호소 (2011.07.22)

예비전력이 400만kW이하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 여러 가지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메뉴얼]


이에 따라 예비 전력이 400KW 미만으로 내려 가는 경우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메뉴얼이 이미 정립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추위에 최대전력수요 또 사상최대


400~300만kW 

관심(Blue)단계 

석탄발전소 출력상향 운전을 시행하고 발전기별 점검 및 추가 공급 가능용량을 확인한다. 

300~200만kW

주의(Yellow)단계 

변압기 수동운전으로 부하증가를 방지하고 추가 확보된 비상출력을 활용한다. 

200~100만kW 

경계(Orange)단계 

사전 약정 고객의 자율절전 요청 및 긴급 부하제어, 전기품질이 유지되는 범위내에서 변압기 전압 조정 등을 시행한다. 

100만kW 미만

심각(Red)단계 

광역정전 방지를 위해 긴급히 부하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한다. 


IDC 센터에 근무하는 네트워크 운영자나, 보안 센터 관제를 하는 요원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 프로세스를 가지고 그대로 해야 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전기를 대어 주는 곳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프로세스 정립과 수행에 있어서 매우 구체적이고, 엄격해야 하겠죠. 하지만, 그 대응이 너무 이상했습니다.


위의 메뉴얼로 본다면 예비 전력이 400만KW 미만으로 떨어 졌다 하더라도 실제로 정전을 취하는 것이 아니고, 가장 마지막 단계(심각 단계)에 들어서야 정전에 대한 액선을 취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보죠. 내가 만약 한전(혹은 관련) 직원이라고 한다면, 정전을 시켜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사전에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까요? 상부 보고 후 바로 언론 보도입니다. 그것도 중앙 매체 방속을 통해서 속보로 내 보내야 하겠죠. 삼척 동자라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는 그러한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언론보도]


3시부터 정전 사고가 터졌는데, 한전은 전혀 공식 보도가 없었죠. 오후 4시쯤 되어서야 언론이 먼저 정전을 속보로 보도를 했고, 오후 4시부터 "한전은 원인 파악중"이라는 기사가 많이 보입니다. 정전 사고가 터지자 기자들이 한전에게 문의를 해고, 이에 한전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원인 파악중이에요"라고 답변을 한 겁니다. 그러다가 4시 반이 지나서는 "더위 때문에", "예비 전력 문제 때문에"라는 해명(?) 기사가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순환 정전을 스스로 해서 정전이 된게 아니고, 한전도 모르게 정전사고가 우선 터져 버렸고, 그래서 한전이 순환 정전이라고 해명을 하는 것입니다.


시간에 대한 것은 다시 정리해서 2번째 글을 쓰도록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