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기사가 났네요.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view.html?cateid=1067&newsid=20110812150233202

경찰 기동단에 근무 중인 의경이 조현오 경찰청장의 이메일을 해킹하는 사건이 발생,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경찰 내부 업무용 전자메일시스템에 부정한 방법으로 접속해 조현오 청장 등 경찰 관계자 10명의 메일계정을 열람한 혐의(정보통신망 침입 등)로 부산 경찰청 기동단 소속 김 모 의경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음... '의경이 경찰청장의 메일을? 간이 크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기사를 자세히 보고 있으려니

김 의경은 소속 부대 사무실에서 소대장의 내부 업무용 PC를 허락 없이 이용해 경찰관들만 사용하는 전자메일시스템에 접속한 뒤 조 청장의 메일 첫 화면을 캡쳐, 외부 보안 전문 사이트의 제보란에 '경찰청 내부망 보안취약점'이라는 글을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도가 경찰청장의 메일을 보려고 했던 게 아니고, 취약점을 알리려고 한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 보니 보안뉴스이군요. 이름은 김창윤. 화면 캡쳐합니다. 글 내용은 볼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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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러한 취약점은 해당 담당자에게 우선적으로 얘기를 해서 패치를 하는 것이 순서인데, 왜 보안뉴스에 먼저 제보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기사 아래 부분을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컴퓨터 보안을 전공한 김 의경은 지난 6월20일에도 경찰 내부 전자메일시스템의 취약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쪽지를 경찰 인터넷 보안부서에 전달한 한 바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의 사실을 기반으로 사건의 진행을 얘기하자면

1. 김창윤 의경이 경찰 메일 시스템의 취약점 발견.

2. 의경은 보안부서에 취약점을 알려 줌.

3. 보안부서는 이러한 취약점을 무시(무시하지 않고 보완를 했더라면 여기에서 얘기는 끝났겠죠).

4. 취약점 해결이 안되자, 결국 의경은 외부(보안뉴스)에 제보.

5. 경찰이 보안뉴스에 제보된 사실을 알고 의경을 불구속 입건.



말이 안나옵니다. 메일을 열람했던 것도 아니고, 계정 정보를 털어서 외부에 건넨 것도 아니고... 이건 취약점 패치의 기본적인 프로세스입니다. 취약점 발견 > 관련 부서에 취약점 보고(이때까지는 엠바고) > 시정(패치) 안되면 외부 공개.

경찰의 입장에서는 있는 그대로를 사실대로 말하게 되면 경찰 메일 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나기 때문에, 언론의 뭇매를 맞게 되겠죠. 그래서 선택을 한 것이 "김의경 한명에게 해킹 덤탱이 씌우고 무마하자."

경찰은 그 의경에게 오히려 상을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을 나쁜 범인으로 몰고 가는 것인지? 만약 해당 취약점을 알렸던 사람이 의경이 아니고 name value가 있는 저명한 인사였다면, 이렇게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갈 수 있을까요? 예전 미네르바 사건을 보는 듯한 느낌이군요. 언론의 뭇매를 받아야 할 이유가 힘 없는 일개 의경이기 때문이라는 것. 일명 괘씸죄.

김창윤 의경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보안뉴스에 제보를 한 사실 그 자체는 스스로에게 큰 고민이었고, 어려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도가 나가 버리고 자신은 "범죄자"로 낙인이 찍혀 버리게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누가 이러한 취약점 보완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불구속 입건" 이거 자신의 이력에 빨간 줄이 남는 겁니다. 향후 취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취약점을 알아도 얘기할 수가 없으며, 금단의 열매로 치부되는 현실...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을 범죄자로 몰고 가 버리려고 하는 경찰과 언론... 안타깝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