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방앗간 지나치지 못하는 기사들이 나왔군요.




통신사에서 보이스톡(카카오톡에서 서비스하는 음성 통화 서비스)의 음질을 저하시킨다는 내용입니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카카오톡 vs 이통사, 무엇을 위한 대립인가

http://media.daum.net/digital/others/view.html?cateid=100031&newsid=20120614153706873


뿔난 카카오톡 "통신사, 보이스톡에 품질 제한"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view.html?cateid=1026&newsid=20120614210009121




저 또한 카카오톡 애용자입니다. 카카오톡에서 음성 통화 서비스를 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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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종합해 보면 통신사에서 보이스톡을 전면 차단하지는 않고, 음질을 떨어 뜨리고 있다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석연치 않는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얘기에 앞서 먼저 양심 선언(?)을 하겠습니다. 저는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특정 어플의 통신을 차단하는 일을 담당했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일 중의 하나가, 현재 P2P의 대명사인 Torrent Traffic을 판단하고 제어(차단)하는 업무였습니다(Torrent는 관련된 아류작 Protocol들이 많이 있음). Torrent 를 사용하고 있는 도중에 상대방(peer)과 접속이 되자 마자 끊기는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바로 전 회사에서 만든 로직에 의해서 장비(ISP에 납품된) 레벨 에서 해당 Traffic을 차단시켜 버리게 되는 겁니다. 당시에 Torrent 차단하는 로직을 코드로 구현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사전 패킷 분석, 분석 결과 보고서 작성, 내부 테스트, QA, ISP 업체 실 사이트 테스트 등에 더 많은 시간들이 들었었죠.




특정 어플을 차단(혹은 이번과 같이 음질을 떨어 뜨리기 )을 구현하여 실 사이트(ISP)에 적용되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1. 네트워크상으로 특정 어플의 차단에 대한 제어 기능을 제공해 줄 것을 ISP가 네트워크 장비 업체에게 요구를 함(보통 ISP 업체는 자체적인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아니 하며, 네트워크 트래픽 전문 업체에게 이러한 기능을 요구하게 됨).


2. 네트워크 업체는 해당 어플에 대한 면밀한 분석 작업에 들어 가서 해당 어플에 대한 룰(rule)을 만들어 냄. 여기에서 false positive(오탐)나 true negative(미탐)을 가급적 줄여야 하는데, (어플에 따라 다르지만) 이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한 기술을 요구하게 됨.


3. 업체에서 룰을 만들어 냈다 하더라고 바로 ISP 업체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님. 자체적인 QA 과정을 거쳐야 하고, 또한 만들어 진 로직(룰)이 실제 ISP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복잡한 과정들을 거치게 됨. ISP에서도 네트워크 업체에서 보내 준 모듈을 보통 한달 이상 테스트를 하는 것이 일반적임. 장비 업체에 다녀 본 사람들을 알겠지만, 장비 업그레이드(SW or HW)도 보통 밤에서부터 시작을 해서 새벽에 끝이 나는 고된 작업임.


4. Web Filtering(domain name 기반 탐지)과 같은 일반적인 것은 이전에도 계속 사용해 왔고 구현에서부터 적용이 쉽게 이루어 질 수 있으나, 이번과 같이 특정 어플에 대한 분석과 실제 사이트 적용은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함.




카카오톡에서 무료 음성 통화 서비스를 한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 것을 불과 한달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ISP에서 보이스톡 음질 저하 기능을 만들어 내고 가동까지 시키고는 것을 한달 안에 완료했을  것이라는 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세션을 확 끊어 버리는 게 아닌, 하나의 세션(TCP or UDP)에서 패킷을 random하게 drop시키는 기능이 탑재된 장비가 실제 ISP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기능 구현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요구가 현업에서는 한번도 요구된 적이 없었음).




저는 예전에 Dialpad라는 VoIP 서비스를 하는 업체에서 일을 했었고, 그러기 때문에  All IP 시대가 언젠가는 올 것이며, ISP는 기존 음성 통신(유선/무선)에 대한 수익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주장하는 입장입니다만, 이번 언론 보도처럼, ISP가 현재 고의적으로 보이스톡 음질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최소한 ISP 업체에 들어가 있는 장비의 MRTG 정도는 보고 얘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