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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컴퓨터 공부를 시작합니다. 이런 저런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경진대회 나가서 입상도 해 보고 등등... 주위로부터 컴퓨터를 잘 한다는 얘기도 곧잘 듣게 됩니다.

어느 정도 레벨이 되고 나이가 들어 사회 생활 시작할때 쯤이 되면 자기가 어릴 때 공부를 하는데 도움을 받았던 컴퓨터 전문 월간지에 자신이 직접 기고를 해 봅니다. 자신의 글이 월간지에 기고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참 좋죠. 여건이 되면 출판사와 계약을 해서 책도 내어 봅니다. 어느정도 인지도가 쌓이다 보면 컨퍼런스 세미나 등 남들 앞에서 발표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제가 겪었던 고충 중의 하나. 프로그래밍 실력과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의견을 표출하는 능력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지식을 남들에게 글로 표현하는 것, 회사 생활을 하면서 회의때나 다른 업체 관계자들과의 업무 미팅때 자산의 의견을 남들에게 설득하는 것, 청중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 이러한 능력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국어입니다.

"일을 잘한다"라고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프로그래밍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나가 어느 정도 레벨이 되면 남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 지게 됩니다. 국어는 자신이 표출하고자 하는 내용을 남들에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능력중의 하나입니다.


이야기 둘.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제가 담당했던 일로 인해서 미국에 출장을 가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저는 가지를 못했고 대신에 같은 부서의 다른 사람이 가게 되었습니다. 해당 출장건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저였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닌 영어를 잘 하는 다른 사람이 가게 되었었죠. 그 사람은 그 출장건으로 인해서 외국인들과 인맥을 쌓게 되었고 덕분에 지금은 미국 글로벌 기업에서 높은 연봉 받으면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때 출장을 가지 못해서 불평했을까요? 아닙니다.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은 있었지만 불평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입장을 바꾸어서 제가 만약 그때 부서의 직원이 아닌 부서장이라고 해도 기술을 잘 알고 있는 저보다는 영어 소통이 되는 다른 직원을 출장을 보냈을 것입니다. 영어권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할 때에는 기술을 잘 아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 어떤 컨퍼런스에서 중국 해커가 한 말이 있습니다. "내(중국인)가 접하는 해킹과 관련된 정보는 영어와 중국어뿐이다. 한국어나 일본어로 되어 있는 해킹 정보는 습득하기 힘들다." 이는 한국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사람은 한글로 되어 있는 정보만은 습득할 수 있고, 반면에 다른 나라 언어로 되어 있는 정보는 습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리눅스는 전 세계의 많은 개발자들에 의해서 만들어 지고 다듬어진 OS입니다. 많은 개발자들의 수많은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리눅스가 있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리눅스 창시자로 일컫어 지는 리누즈 토발즈(핀란드)라는 사람이 만약 영어를 잘 하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유명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요? 또 리눅스가 지금처럼 각광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아쉽게도 컴퓨터에 대한 대부분의 고급 정보는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컴퓨터 기반 기술이 발달한 나라들이 대부분 영어권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노릇이죠.

국내 우물안의 개구리로만 남겠다면 영어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 해야 합니다.


이야기 셋.



간단한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돈을 주고 웹개발자를 고용하면 됩니다. 단가는 얼마 정도일까요? 예전에 비해 많이 저렴해 졌습니다. 공급(개발자 수)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단돈 몇십만원만 줘도 홈페이지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줄을 섭니다. 학원에서 몇개월 정도 지식만 습득하면 웬만한 사람이라도 간단한 웹사이트는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에 구글같은 검색 사이트를 만든다고 가정합니다. 구글 또한 흔히 말하는 웹사이트중의 하나입니다. 구글에서 사용되어 지는 검색 엔진을 만드는데 무슨 지식이 필요할까요? HTML? ASP? PHP? 아닙니다. 검색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빠른 시간이내에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구글보다 더 뛰어난 검색 기법을 고안해 냈다고 가정합시다. 그 사람의 연봉은 얼마쯤 될까요?

당장의 기술을 써 먹기 위해서는 툴을 잘 사용하는 사람을 고용하게 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갈 수록 단편적인 기술을 보유한 사람보다는 근본적인 사고력과 지식을 갖춘 사람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러한 논리적인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잣대가 바로 수학입니다.

소위 말하는 IT 막장 프로젝트에 들어 가서 야근하고 밤을 새가면서 좋은 소리도 듣지 못하면서 일을 하려고 한다면 수학적인 능력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더 뛰어난 대우를 받고, 더 나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수학적인, 논리적인 능력이 필수입니다.


이야기 넷.



어떤 회사가 있습니다. 그 회사에서 직원을 고용을 했습니다. 어느날 코 옆에 점이 난 사람을 고용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일을 엄청 잘 하는 겁니다. 그 이후로도 그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뽑아 봤는데 희안하게도 코 옆에 점이 난 사람들은 전부 다가 일을 잘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몇년 지나면 그 회사는 직원을 뽑을 때 다음과 같은 모집 요강이 나게 되겠죠. "코 옆에 점이 난 사람 우대." 물론 이 얘기는 심한 비약입니다. 이러한 직원 모집 요강을 내는 회사는 아마 없겠죠? ^^

제가 지금까지 사회 생활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게 된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좋은 대학교 나온 사람이 보편적으로 일을 잘 한다라고 하는 겁니다. 물론 이는 전부다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쉬운 기준이 바로 바로 "학력"입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의 예를 보더라도 그 회사내에서 일을 잘한다고 평가를 받던 사람들이 전부 명문대 출신이었습니다. 컴파일을 하기 위해서는 F5를 눌러야 한다라는 것을 전혀 몰랐었던 사람이 몇년이 지나서는 그 회사내에서 가장 인정을 받는 엔지니어가 되어 있었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 맞아 떨어 집니다.

학력이 전혀 필요없다라고 볼 수 있는 회사 창립자들을 한번 봅시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안철수 연구소, 한글과 컴퓨터, Microsoft, Apple, Cisco 창시자들 거의 다가 명문대 출신(물론 그중 일부는 중퇴를 했지만)입니다. 과연 이런 것들이 100% 우연의 일치라고만 볼 수 있을까요?

IT 선진국에서는 이력서를 쓰는데 성별, 나이, 가족 관계등의 사항들은 적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심지어 이력서에 이러한 사항을 적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 곳도 많습니다.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항들을 가지고 직원을 뽑는데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학력은 꼭 봅니다. 한국에서만 학력을 중요하게 보는게 아닙니다. IT 선진국들을 봐도 학력을 따지는 게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습니다.


이야기 다섯.



저는 초등학교때 Basic(MSX Basic, Hu Basic, Apple Basic)을, 중학교때 Assembly(Zilog 80)를 배웠었습니다. 그때가 80년대이니까 지금처럼 인터넷이라는 것도 없었고 정말 힘들게 공부했었죠. 그때 저는 컴퓨터 공부가 너무 좋아서 학교를 그만 둘까라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컴퓨터 하는데 왜 학교 공부를 해야 하나? 지금 당장 Assembly 언어로 고속으로 화면을 스크롤할 수 있는 모듈을 만들고 싶은데 왜 내가 지금 학교에서 이따위 공부를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었죠. 대학교를 가서도 컴퓨터에 대한 원론만을 배웠습니다. Visual C++ 툴 사용하기 이런 것은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별 쓸모가 없다라고 생각을 했었죠.

실제 사회에 나오게 되면 OS, Compiler, DBMS 등을 직접 만들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프레임워크를 이용하다가 특정 부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여부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깊이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러한 전문성의 기본 자질을 가르치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지금와서 보면 학교때 배웠던 것들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국의 교육 정책을 원만히 통과하지 않은 사람이 비판을 하면 그저 낙오자의 하소연일 뿐이고, 고학력 간판을 가진 사람이 쓴소리를 하면 진실된 비판으로 보는 그릇된 시각도 있습니다. 분명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고쳐 져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사회가 만들어 놓았던 잘못된 관행과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도전에 스스로 부딪히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스스로가 그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서서 이 사회를 조금씩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요즘 저는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동안 손을 놓았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니 그리 쉽지많은 않네요. ^^ 또, 여건이 된다면 다시 대학에 들어 가서 공부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하는 일이 개발쪽이라 이쪽 방면으로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기본이 갖추어진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과는 결국 나중에 가서는 극명하게 갈리게 됩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이 다분히 교과서적이고 따분할 수 있겠지만, 어린 시절 여러분 부모님, 선생님, 선배님들께서 얘기하는 것들은 절대 잔소리만은 아님을 명심하시길 바라는 마음에 몇자 적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