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WIPI

WIPI는 국내 휴대폰 관련 SW 개발 업체들에게 공통된 플랫폼을 제공하여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2중, 3중으로 개발하는 수고를 덜어 줄 수 있도록 해서 나온 공동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WIPI 플랫폼은 시대에 뒤쳐진 개념이 되었고, 극기야 SW 개발 업체들에게서도 외면을 당하게 되었죠. 그러는 와중에 아이폰의 도입 얘기가 계속 나왔었구요, 정부에서는 애플사에 아이폰의 플랫폼을 WIPI 기반으로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죠. 요구할 것을 요구해야지, 외국 글로벌 벤더가 만들어 놓은 스마트폰 플랫폼을 WIPI로 바꿔 달라고 하다니... 국내의 아이폰 도입을 위해 WIPI를 도입하라구? 말이 안되는 소리였죠. 플랫폼을 바꾸는 것은 쉬운 얘기가 아닙니다. 그러한 요구를 어떻게 쉽게들 할 수가 있는지... 이 얘기 말고도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정부, 대기업 등의 떡밥 얘기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수도 없이 많아서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결국 WIPI는 올해 초, 드디어 정부에서도 WIPI 탑재 의무화를 폐지하였습니다.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갈렸었는데 전반적으로는 찬성하는 측이 많았었죠. 어찌 보면 정부의 이같은 행동은 아이폰의 도입이라는 원인도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이폰과 WIFI

두번째, WIFI 입니다. WIFI는 쉽게 말해서 일반 인터넷에 무선 AP를 달아 놓고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이폰이 중국에 도입이 될 때,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인해서 아이폰은 중국에서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잘 안팔린다는 거죠. 그래서 한국에 도입을 할 때 WIFI의 도입에는 절대 양보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굳이 중국 사례가 아니더라도 WIFI를 빼라고 하는 한국 정부의 얘기는 그들(미국 애플)이 듣기에는 하찮게 들렸겠죠.


아이폰과 게임

세번째, 게임물등급위원회 이야기입니다. 제 주위에 SW 개발 관련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100이면 100 전부 게임위의 좋지 않은 얘기를 합니다. 전문성이 결여되었다, 등급 산정에 일정 기준이 없다, 등등... 얼마전에는 게임심의료를 올린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는데, 국내 SW 산업에서 유일하게 세계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분야는 게임 분야(특히 온라인)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중독/사행성 조장 등의 어두운 면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좋던 싫던 간에 한국 게임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런데, 아이러닉하게도 다른 SW 산업도 많은데 유독 게임 산업이 이렇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정부에서 많은 관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건드려서 제대로 되는 SW 산업은 하나도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는 와중에 아이폰이 도입되었습니다. 지금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아이폰과 게임위의 불편한 관계입니다. 국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게임위로부터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아이폰의 App Store에 올라오는 게임을 모두 심의할 수 없는 현실에 놓이게 됩니다. 애플사는 조그마한 한국 시장을 위해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을 테고, 결국 한국에서는 게임 Category를 두지 않는 쪽으로 App Store 설정을 했습니다. 문제는 한국 게임 개발자/업체입니다. 게임을 만들어 App Store에 다른 Category에 올리고 있을 수 밖에 없죠. 언론에 나오는 얘기들을 들으니 이를 전부 불법으로 간주하더군요.


참, 할 말이 없습니다. 시대에 뒤쳐진, 글로벌하지 못한 법과 제도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계속하여 법만을 운운하며 개발자/개발업체들을 불법 SW 판매 행위자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게임분야까지 정부의 간섭이 더 심해 진다면 당연히 한국 게임 산업도 그리 밝은 미래는 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

예상보다 아이폰의 도입의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이폰에 대한 언론의 편파적이면서도 블로거보다도 더 전문적이지 못한 보도도 인해, 일반인들은 언론을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그동안 닫혀 있었던 인터넷 환경이 아이폰의 도입으로 인해서 자동적으로 파혜쳐 지고 있습니다. 외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애국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죠.


아무튼 아이폰의 도입은 환영하는 바이고, 한국의 시장이 더 열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아이폰에 대항하는 언론 플레이는 더이상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향후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도입이 된다면, 지금처럼 또 똑같이 안드로이드폰을 까댈 것인가요? 국내의 우물안의 개구리 생각을 버리고 이제는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는데 노력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