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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온라인으로는 저와 관련된 학교(모교 혹은 내가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얘기를 가급적 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오늘만큼은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얘기를 좀 해 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사람들 앞에서 발표, 강의를 많이 해 왔었습니다. 1~2 시간 특강이나 컨퍼런스 발표는 여거 저기서 해 왔었고 현재는 멀티캠퍼스, BoB, 대학 등에서 강의를 해 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 중부대에서는 산학 협력 중점 교수라는 직책을 맡아서 몇 년간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중부대 수업을 진행했을 때를 잊을 수 없습니다. 다른 곳과 중부대는 그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 태도가 너무나 수동적이었고, 제대로 된 배움을 얻어 가려는 의지보다는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한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제 수업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수업 & 과제가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주어진 학점보다가 몇 배나 되는 고생을 해야만 제대로 수업을 따라올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은 제 수업을 힘들어 했고, 반대로 저는 제가 바라는 바대로 따라 오지 않는(따라 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화를 참지 못하여 애들한테 싫은 소리도 많이 하고, 화도 많이 내고...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점점 나와 멀어 지는 것 같다는 느낌에 마음 고생도 참 심했죠.

거의 매일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하였습니다. 주위에 교육으로 몸 담고 계신 분들에게도 조언을 구하곤 했죠.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더군요. 마지막으로 내린 결론은 '내가 원하는 바를 학생들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였습니다. 잘하든 못하든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이기로 한 것이죠.

국내에는 정보 보안 관련 학과들이 많습니다. 중부대 정보보호학과는 다른 학교에 비해 일찍 개설된 학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별로 드러나지가 않았었습니다. 저 또한 교수 제의를 받기 전까지는 중부대에 정보보호학과가 있는 것을 몰랐었으니까요. 또한, 반대로 학생들은 실제 보안 업계의 돌아 가는 현실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것은 몰라도 제가 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제일 많이 당부해 온 것은 바로 "외부 활동"이었습니다. 각종 컨퍼런스도 참석해 보고(단순 참석이 아닌 발표), 연합 동아리 활동(회원이 아닌 임원 활동)도 해 보고, CTF도 참여해 보면서 학교내의 우물안의 개구리로 있지 말고 외부의 많은 사람들과 알아 나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시간만 빼앗기지, 그런 거 한다고 해서 학점이 좋아 지는 것도 아니고 스펙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CTF 한다고 해서 순위권에 든다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학생들에게 무조건 강요하기 보다는 나 스스로 모범된 모습을 보여야 겠다고 생각해서 저 스스로 CTF에도 참여해 보고 코딩 대회에도 도전해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죠. 컴퓨터 학과 나온다고 전부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정보 보안 관련 학과 나온다고 전부 모의 해킹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 무엇이 되어도 좋으니 뭔가 하나에 빠져 끝까지 달려 보려고 노력을 해 보는 것이 후회되지 않는 대학 생활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를 비롯한 다른 교수님들의 진심이 통했을까? 이제는 조금씩 처음 갇혀 있는 것들이 조금씩 열려 가는 느낌이 듭니다. 학생들 스스로 과내 정보 보안 동아리에 열심히 임하는 모습도 보이고, 외부 활동도 조금씩 활성화되어 가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예전보다는 확실히 개선되어 지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중부대 정보보호학과에서 BoB에 붙은 친구가 없었는데 올해에는 6명이나 BoB에 합격을 했네요. 팔은 안으로 굽을 수 있기 때문에 서류 전형과 면접 과정에서 는 관련된 학생들의 평가는 저 스스로 철저히 배제하였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이러한 노력의 결실을 맺었기 때문에 더더욱 기쁘기만 하네요.

BoB 합격이 목표가 아닙니다. 이제 또 다른 시작입니다. 앞으로 더 매사에 열심히 임할 수 있는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지옥이 눈 앞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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